미국 택배 분실
나는 현재 미국 쇼핑몰 CS로 일하고 있다. 근데 요즘 택배 분실로 인한 컴플레인이 엄청 많이 들어온다. 특히 캘리포니아 쪽에서. 지난 2주 동안에만 배송 후 분실로 인한 컴플레인이 5건 정도 들어왔다.
택배회사가 증거 사진을 남기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전달했다는데 ("Met Customer") 손님이 받은 적 없거나 택배를 아무렇게나 던지고 가서 파손되거나 누가 주워간 경우, 우리가 대신 클레임을 넣어주기도 하고 회사에서 조금 손해 보더라도 다시 보내주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택배 기사들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예 잘못된 주소로 배송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많고 거짓말로 택배를 배달했다고 하는 경우를 '아주 많이' 보았다.
하지만 FedEx나 UPS가 고객 집 문 바로 앞에 택배를 배달한 후 배송 증거 사진까지 찍은 후 누군가가 훔쳐가서 생기는 분실 문제는 우리의 잘못도, 택배회사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우리에게 연락한다. 다시 택배 보내달라고... 정말 이해가 가지 않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도움 하나 못 받는 미국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우리에게 연락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간 큰 도둑놈
어제 한 고객이 우리에게 ring camera (문에 달린 시큐리티 카메라) 영상을 보내왔다. FedEx 배송기사가 택배를 놓고 뒤돌아 가자 마자 바로 복도 뒤에 숨어있던 사람이 택배를 훔쳐가는 영상이었다. 아주 당당하게 후다닥 가지고 가는 것을 보니 내 택배도 아닌데 어이가 없었다. 고객이 police report까지 했다고 우리에게 그 카피를 공유해 줬는데, 정말 형식적으로 휘갈겨 쓴 그 A4 용지 반 크기 종이는 누가 봐도 경찰이 이런 작은 사건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950 이하 절도는 경범죄(misdemeanor)
시큐리티 카메라가 달려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도둑놈이 이렇게 당당하게 도둑질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너무 궁금해서 구글에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위 이미지에 나와있는 건 가게 도둑질에 관한거라 일반 집 택배 훔쳐가는 것에 대해선 법이 어떻게 돼있는진 모르겠지만 이것만 봐서는 경범죄로 처벌한다는데 뭐가 문제야? 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찾아보니
1. 교도소가 꽉 차서 이런 좀도둑들 넣을 감방이 없다.
2. 경찰 인력이 부족해서 이런 좀도둑들 잡을 시간이 없다.
3. 캘리포니아는 serial offender rule이 없기 때문에, 월마트 가서 $800 훔치고 타겟가서 $800 훔치면 두 사건을 따로 본다. (좀도둑질 계속하면 그냥 계속 좀도둑 놈인 거다. 좀도둑질 수만번으로 총 1억 치를 훔쳐도 좀도둑 놈인 거다.)
쉽게 말해 다른 심각한 범죄가 더 많고 경찰 인력이 부족해서 이런 작은(?) 범죄는 범죄 취급을 안 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도덕성(?)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다. 간혹 이런 문제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공유되어 사람들이 댓글단 것을 보면, "회사에서 돈을 조금 줘서 도둑질 해야 한다.", "물가가 너무 비싸서 내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없다.", "대기업들은 도둑질 당해도 여전히 돈 엄청 많아서 괜찮다." 그럼 도둑질을 안 하는 사람들은 바보라서 도둑질을 안 하는 걸까? 그리고 이런 놈들은 얼마를 벌어야 만족하며 도덕적으로 살 수 있는가?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장을 구할 노력은 안 하고 도둑질과 저임금 노동 콤보로 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미국에 고작 2년 조금 넘게 살았지만, 내가 이때까지 경험한 미국은 잘못된 것을 고치려 노력하기 보다는 현실에 엿을 날리며 막장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았고, 미국인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개인의 자유는 보통 남에게 피해 주는 자유가 대부분이었다. 요즘 미국을 보면 더 이상 아메리칸드림도 없고, 아름다운(美) 나라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이렇게 계속 나빠져서 디스토피아가 되는 건 아닌가 싶다.
안전히 택배 받기
그래도, 나처럼 결혼해서 미국에 사는 사람이나, 유학을 왔다거나, 다른 많은 이유로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택배를 어떻게 안전하게 받을 수 있을까?
1. Signature Required 옵션 추가하기
직접 서명을 받아야 배송이 완료되기 때문에 택배 기사들이 문 앞에 두고 갈 수 없다. 그러니 도둑놈들이 훔쳐갈 일도 없다.
2. 집과 가까운 택배회사 지점으로 택배 보내기
모든 배송이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간혹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시켰을 때 "배송이 시작되었습니다"와 함께 "수령 방법을 선택하세요!"와 같은 메일이나 문자를 받는다. 가까운 지점으로 배달해서 후에 픽업하는 옵션이 있다면 선택하자. 차 타고 가서 가져와야 한다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도둑놈들이 훔쳐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3. 안전한 곳에 살기..
이건... 방법 같지도 않지만 사실 굉장히 도움되는 방법이다. 미국은 위험한 지역과 안전한 지역이 확연히 구분된다. 위험한 지역이나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 살면 아무리 시큐리티 카메라가 있어도 소용이 없다. 아무리 도둑놈 얼굴을 찍어도 잡아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또 내가 본 케이스들 대부분은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아파트 가격이 비싼지 싼지는 상관이 없고, 시큐리티 가드가 있는지 없는지도 상관이 없다.
미국은 내 안전도, 내 택배의 안전도 내가 지켜야 하는 나라다. 화이팅.....!
'미국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뚜레쥬르 (1) | 2023.11.13 |
---|---|
포멜로 (Pomelo) (0) | 2023.10.28 |
28% 팁? 미국 팁 문화 정말 너무하네 (0) | 2023.08.23 |
민트 모바일 고객센터 너마저... (0) | 2023.08.22 |
Itemized Bill, 미국 병원은 답이없다 (2) | 2023.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