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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미국 토네이도 후기(?)

by dankamhongsi 2023.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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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조하고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다. 이 지역에 산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첫 2년은 여름에는 쨍쨍 덥고 겨울에는 눈 오고 춥고 365일 늘 건조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첫 2년과는 달리 우기 비슷하게 폭풍이 몰아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린다. 매일 연이어 그런 건 아니지만 하루 이틀 건너뛰고 다시 비가 오거나 오전엔 쨍쨍했다가 오후엔 비가 오는 식으로, 지금 두 달 가까이 이런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3년밖에 이 지역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 이 지역의 일반적인 날씨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일어나는 일이 엘니뇨 때문이라는 기사가 있는 것을 보니 이번 해 날씨가 이상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며칠 전, 아침부터 비+우박이 엄청 쏟아지는 날이었다. 

눈이 아니고 우박
우박

비와 우박이 번갈아 오다가 이런 경보가 울렸다.

Flood warning

Dangerous and life-threatening situation!!? 비가 정말 물을 들이붓는 것처럼 오기는 했지만 창 밖으로 봤을 때 내가 사는 지역은 딱히 홍수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아서 이 경보를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다음 경보가 왔다.

Tornado warning

토.. 토네이도...?

 

나는 미국으로 오기 전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태풍은 꽤 익숙했다. 태풍은 몇 일 전부터 어디서 형성되어 오고 있는지 레이더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토네이도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경보 메시지를 받고 날씨 레이더를 보아도 태풍처럼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기상청에서 실수로 보냈나? 하고 검색해 보니 토네이도는 5-10분 만에 형성이 된다고 한다. 태풍처럼 어디서 오는지 보이는 게 아닌 거다.

 

남편은 일 가고 없었고 같이 사는 친구와 둘이 집에 있었는데, 그 친구도 캘리포니아 사람이라서 한 번도 토네이도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뉴스에서 봤던 영상과 사진이 생각났다. 너무 무서워서 친구와 고양이들을 데리고 지하에 대피했다. 휴대폰으로 지역 뉴스채널 라이브 방송을 틀어놓으니 기상 캐스터가 토네이도가 어디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지, 레이더 영상을 보며 계속 설명했다. 그리고 경보가 해지될 때까지 안전한 곳에 대피하라는 말도 반복했다.

 

다행히 토네이도가 형성되지 않고 비구름이 우리 지역을 빠져나가서 1시간 후 경보가 해지됐다. 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이런 상황이 일어나니 굉장히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전기선이 끊어져서 전기고 통신이고 다 끊기는 경우가 3년 사는 동안 2번이나 있었는데, 이 일을 겪은 이후 비상시를 대비해 라디오나 비상식량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너무 커서 지역마다 발생하는 자연재해가 다르다.

출처: ReadyWise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곧 미국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부분도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마음의 준비라고 해야 할까?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면 진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너무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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